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무죄 받은 이유는?
대전에서 눈길을 끌만한 판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이 이어지고 있던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연루자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소식이었는데요. 전화금융사기 조직에 연루된 50대 남성은 자신이 하는 일이 범죄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이 이 남성의 주장을 받아들인 겁니다.
그동안 "모르고 가담했다"는 연루자들의 주장에도 실형 선고가 계속돼 왔는데, 이번 보이스피싱 무죄 판결로 앞으로 이어질 재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문자메시지로 온 채용 광고 보고 입사지원한 A씨
지난 2020년 9월, 일을 구하고 있던 A씨는 문자메시지로 온 채용 광고를 보고 메시지를 보낸 곳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A씨는 업체로부터 부동산 실사 및 대출 관련 업무를 담당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는데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대면 면접 대신 비대면 면접으로 채용이 진행됐습니다.
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A씨는 이메일을 통해 근로계약서를 교부받고 본격적인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약 한 달 동안 상사의 지시대로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촬영하고 인근 부동산을 통해 시세를 파악한 뒤 보고하는 업무를 한 것이죠.
현장 실사 촬영 후 돈을 받아오라고 지시한 상사, 알고 보니…
몇 날 며칠 상사가 알려주는 주소에 찾아가 사진을 촬영하고 시세를 알아보던 A씨는 어느 날 상사로부터 새로운 업무 지시를 받게 됩니다. 사람들을 만나 신용카드사나 저축은행 관계자인 것처럼 행세한 뒤 금융서류에 사인을 받고 나서 돈을 받아오라는 지시였는데요. 이때까지도 A씨는 자신의 상사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조직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고는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 대출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A씨는 여기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담당이 된 것이죠.
A씨가 가담한 범죄 피해금액은 무려 '1억원'
상사로 둔갑한 조직원이 시키는 대로 일을 했던 A씨는 무려 1억원에 가까운 돈을 피해자들로부터 전달 받아 조직에 송금했습니다. 그리고 이 혐의로 기소되었는데요. 재판에서 A씨는 범죄인 줄 몰랐다고 거듭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A씨가 미필적이나마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범행을 인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하다"면서도 "이 사건 당시 범죄에 가담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돈을 받아오는 일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A씨가 부동산 실사 업무와 현금 수거 업무를 병행해 수행했고, 근로계약서에 대출 관련 업무가 기재돼 있는 점, A씨가 현금 수거 과정에서 출입자 명부에 본인에 실명을 기재한 점 등을 들며 범죄에 가담한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판단하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A씨의 사례와 유사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연루 건으로 법의 심판대에 오른 B씨 또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B씨에게 징역 1년 2월의 실형을 선고하는 등 판결이 뒤집히는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던 적이 있는데요. 이 판결 또한 최근 판례입니다.
지난 5월이었죠. 대구지법 1형사부는 전화금융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2월을 선고했습니다. B씨는 피해자 7명으로부터 약 1억 3000만원을 받고 조직에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었는데요.
1심 재판부는 B씨에게 보이스피싱무죄 선고를 했지만, 2심에서는 미필적 고의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처럼 전화금융사기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판사마다 다르게 나오고 있습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항소심에서 충분히 판결은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두 판례가 아닐까 싶은데요.
최근 들어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으로 사건에 연루된 이들의 실형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피해자라고 볼 수 있지만 실제 금전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늘고 있고, 피해자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들의 소식이 전해지며 법원에서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범죄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억울하다고 호소한다고 해서 무죄를 선고받거나 무혐의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하죠.
만약 이러한 문제에 연루됐다면, 하루빨리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와의 일대일 상담을 통해 해결 여부 등을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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